지난주에는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해물 칼국수집을 찾았습니다.
해운대 좌동재래시장에 있는 이 칼국수 집은 코로나 이후에도 꾸준히 사람이 이어졌나 봅니다.
UN묘지 인근에서 유명한 공원칼국수가 물총 조개가 대부분이라면 여긴 조금은 다양하게 들어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보다 조개류는 좀 더 작아지고 알이 실했는데 작아진 거 같기도 합니다만 그 특유의 속 깊이 시원하고 약간은 얼큰한 맛은 그대로입니다.
코로나 이후 해물칼국수집 방문한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차량이 도착하자 먼저 사람을 내려주고 자리 잡으라고 보냅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평일 낮에 2시경 방문하다 보니 이전처럼 '대기시간'은 줄었네요.
추운 날 기본 15분 20분씩 밖에서 기다리는 것도 반가운 일은 아니었거든요.
재래 주차장에 주차를 하기는 쉽지는 않습니다. 좁은 자리도 '경차' 표시도 없이 드문드문 있거든요.
이면주차도 불편할 정도라면 - 과감하게 이 좁은 주차장에 주차 시도는 비추입니다.
억지로 좁은 주차장에 밀어 넣으면, 가끔 조수석으로 내려야 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좌우로 10~15cm 정도밖에 공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상외의 일이지만 이 작은 주차장에 '엘베'가 존재합니다. 예전엔 없었는데 다리 아프신 노인분들을 위한 엘베인가 봅니다.
뒤늦게 들어가자 좌석은 2/3정도만 차 있습니다. 점심시간보다 1시간 정도 늦게 도착해서일까요?
주문이 잘못들어갔네요. 도착해서 자리에 앉으니 서빙하시는 아주머니의 동공 지진이 느껴집니다.
"아니, 한 분 더 계신거였어요?"
그래서 먼저 나오는 대로 칼국수를 달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1인분은 따로 달라고~
여기 칼국수집이 왜 유명하냐면 - 다양한 조개 육수에 엄청 큰 1인분 때문일 겁니다. 이 이름이 칼국수를 담는 그릇의 '크기'를 뜻합니다.
그때는 '프랜차이즈'에 부정적인 사람도 많았지만, 이제는 편안하게 프랜차이즈화 되어 있습니다.
옆 테이블을 보니 연인들, 가족단위로 온 테이블이 많습니다.
엄마 아빠와 온 남자애 말투를 들어보니 '부산말'은 아닙니다. 아 왜 '부산 사투리'라고 안 하냐고요?
여긴 그렇습니다. 그냥 '부산말'이 부산말이지 '부산사투리'라고 쓰면 경남이나 경북에서 넘어온 사람입니다.
서울말이라고 쓰지... 뚝섬 사투리 외 누가 '서울 사투리'라고 사용하나요? 그런 개념입니다.
부산말은 그냥 부산 표준어입니다.
잠시 딴 길로 새어 본다면, 부산말도 지역마다 여러 갈래로 나뉩니다.
해운대 수영구 남구 쪽은 악센트가 많이 약한 편이고 북구나 영도 쪽은 사투리가 그대로 남아 강한 편입니다. 서울말과 섞여 그렇습니다. 1970년대에 국내 최대의 아파트 단지가 잠실지구에 생길 때였습니다. 1977년 겨울에 입주를 시작했으니 부산도 비슷했습니다.
그때 부산에서는 남천동에 바다를 매립해서 엄청난 아파트 단지를 만들었고 - 변호인에 나오는 그 아파트 단지도 생겼습니다.
당시 부산사람도 많이 들어갔지만, 서울서 내려온 은행원, 고급관료 등이 많이 내려와 모였습니다. 17평부터 54평까지 다양한 세대가 모여사는 이 아파트는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 최동원 이종운 등 많은 롯데 선수들은 한 번씩 살았던 곳이었고 - 연예인들 역시 이름을 날리면서 여기에 살았으며, 동네 자체가 서울서 연예인 보려면 압구정 가로수길 이야기하듯 - 이 빵천동을 돌면서 한 번씩 연예인, 스포츠인들 보는 장소로 이름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남천초를 다닐 때 치즈가 있지도 않았던 시대에 아파트 친구 집에서 식빵에 쨈 발라먹고, dung Gul-Re 나는 치즈 경험하면서 '이런 걸 왜 먹지?' 하는 생각도 했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니 한 34평 전후 아파트였는데 집 안에는 외국에서 갖고 온 온갖 찻잔이나 액세서리가 가득했던 걸로 기억해 아버지가 배를 탔나 봅니다.
새 아파트가 생기자 학교에는 파벌이 생겼습니다. 오전 오후 반으로 12반, 64명이 꽉꽉 찼던 남천국민학교 절반의 아이들(광안리 지역)은 아파트 단지에 지어진 '광남국민학교'로 옮겨 갔습니다. 그렇습니다. 어촌 아이들과 아파트 단지의 아이들은 차이가 심했습니다. 그래서 학교 내에서도 '파벌'이 생겼고 완전히 표준에 비슷하게 구사하는 아파트 파와 어촌에서 원래 살았던 지역민 파벌의 힘싸움도 있었습니다.
매립된 아파트 단지의 '성공'의로 2,3,4차로 이어진 단지가 계속해서 건립됩니다.
원래 산 위에 지었던 삼익, 광안리 옆 바다를 매립해 지어진 비치, 다시 남천동 시장변에 지어진 남천비치, 이어서 남부서 뒤에 지어진 대연비치까지의 단지가 있었습니다.
남천동 / 그리고 동래 쪽의 아파트 '소유주'들은 다음으로 해운대 신시가지 그리고 LG메트로로 옮겼고, 해운대 센텀 혹은 마린시티로 옮겨 가는 수순이었습니다.
지금도 부산의 많은 재력가, 권력가들은 해운대 센텀이나 마린시티에 퍼져 있고 그 시작중 하나가 동래와 여기 같습니다. 여기와 신시가지, 그리고 LG메트로 아파트에는 그때 자식들을 내보내고 남은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죠.
다시 칼국수 골목을 쳐다봅니다. 오랜만에 찾은 재래시장은 휑하다고 느껴지네요. 하긴 잘 나갔던 부전시장이나 남항시장도 그렇게 사람이 많이 사라졌으니... 여기처럼 작은 재래시장의 경제는 얼마나 힘들까 느껴집니다.
골목 양쪽으로 불이 제대로 켜져 돌아가는 가게는 칼국수집 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상권의 퇴화 속에 빠르게 프랜차이즈화로 살아남은 이 가게가 어쩌면 대단한 것이죠.
옆에 독특한 문구가 눈에 띕니다. 『 좋은 음식은 삶의 보약이다 』
아마 음식을 만드는 주인의 마음자세이며 철학인가 봅니다.
약 6~7분을 기다리자 먼저 1인분이 나옵니다.
네 2~3인분이 아니라 1인분입니다. 별로 크게 안 보이죠? 그러나 그릇 크기는 30cm자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삼삼오오 모여서 호호 불며 먹는 소리 속에 아저씨들은 '으~'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식도를 타고 뜨끈하게 내려가는 국물이 일품입니다.
석박이나 김치는 매우 매운 편입니다. 김치가 그냥 시원하게 맛있다는 아닙니다.
그냥 칼국수에 조금씩 얹어 먹기 위해 만든 매운맛이라 - 많이 먹기는 힘듭니다.
여긴 칼국수를 먼저 먹기 힘듭니다. 정신없이 조개를 건져 먹다 보면 밑에 깔린 칼국수는 뒤늦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칼국수는 면이 쫄깃하고 이미 육수 맛이 듬뿍 배어 ... 그러나 칼국수는 feat할 뿐... 조개가 메인입니다.
이 조개, 저 조개 서로가 자기를 맛이 최고라고 활짝 얼굴을 벌리고 웃고 있습니다.
아쉬움은 있습니다. 예전보다 담치(홍합)의 알이 실하지 못했고, 다른 조개류의 알도 잘아(작아) 졌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 가격에 이정도 맛으로 즐길 수 있는 가게가 이젠 별로 없지 않습니까?
그냥 정신없이 집중해 조개를 영접하는 것이 진리입니다. 이 양으로 이전에 7천 원에 팔았던 게 믿겨 지시나요?
아 팁 하나 남겨드립니다.
2분이 가신다면 해물칼국수 2개보다는 해물칼국수 1개, 파전 1개를 추천드립니다. 해물칼국수 한 그릇은 여자분 2명이서 나눠 드시기도 충분하니까요.
오늘은 해운대 신시가지 좌동 재래시장에 위치한 칼국수 집을 소개해 봤습니다.
열심히 먹느라 많이 못 찍어 죄송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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