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이미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는 부산맛집 - 하나 돈까스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전에 닭볶음탕 이야기를 먼저 살짝 해야겠네요.
우리 집에 꼬마들은 다른 집처럼 '닭'을 무지 사랑합니다. 정확히는 '닭고기'를 사랑하는 거죠. 한 주에 2~3번 저녁에는 닭고기가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제도 갑자기 밥 대신 '통닭'을 외쳐서 엄마와 한참 씨름을 하다가 결국 엄마가 GG 했습니다.
닭을 언제부터 이렇게 사랑한 지는 모르겠습니다. 두 사내 녀석들 모두 닭곰국, 찜닭, 튀김닭, 간장 양념은 물론 위 사진의 매콤의 닭볶음까지 모두 환장을 합니다.
그래서 한 번씩 외식을 하려면 심하게 고민합니다. 부모로서 '고기'는 최대한 먹이지 않고 건강한 식단을 배려하고 싶지만 - 아이들은 안 좋아하죠.
점점 채소와는 멀어지고 고기와 가까워지는 '서양 식단'입니다. 하지만, 이미 전 30~40년 전부터 조모님의 무지한 '잔소리'아닌 잔소리 속에 채식을 즐기게 되었고 - 싱싱한 채소와 나물의 맛이 고기 못지않게 맛있고 건강에도 좋으며, 소화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살았습니다.
이로 인해 갈등 아닌 갈등이 한 번씩 생깁니다. 외식은 '고기'를 제외하고 시키고 싶은데 아이들은 '고기'를 좋아하니까요.
누구는 '성장'에 먹는 고기는 별로 상관없고 - 살이 좀 쪄도 성장기에 다 빠진다고 긍정적인 '조언'을 해 주지만, 전 그것이 '맛있으면 0칼로리' 같은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한국 육계용 닭을 6개월 정도 키웠지만 이제는 대부분 3개월에서 생을 마친다고 합니다. 튀김닭을 사랑하는 인간의 죄로 닭의 인생이 반토막 난 겁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애들 얼굴을 보며, 이리저리 생각이 많아지다가 결국은 또 고기가 메인인 음식을 찾는 나쁜 아빠가 됩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생각하면서 말이죠.
나쁜 아빠는 영화관람을 마치고 늦게 돈까스 가게로 인도했습니다. 초량의 스완은 이미 8시에 문을 닫아서 다시 이동을 남천동까지 했습니다.
하나돈까스는 이미 전에도 몇 번 데리고 왔습니다. 여기 남천점은 특별합니다. 과거 수십 년 간 집안사람들 대부분이 오가면서 먹은 하나의 '소울 푸드'같은 느낌입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1990년 후반~2000년대 초初가 아닐까 합니다.
그때는 일본식 돈까스보단 경양식 레스토랑의 함박스테이크, 빵과 밥과 함께 나왔던 돈까스나 그냥 분식형의 왕돈까스만 돌았던 시기였습니다.
과거 일본 친구들과 함께 기숙사 생활할 때는 크게 그들이 즐긴 몇 가지 음식에 익숙해졌습니다. 오꼬노미야끼나 우메보시 같은 것들이죠.
한데 방학 때나 명절이라 주위에 상가 문이 모두 닫히면, 너나 나나 모두 배고픈 유학생에 불과했습니다. IMF시절이네요.
일본문화의 도입이 빨리 되는 부산지역의 특성상 일식 돈까스가 금방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루하게 기다리는 동안 미니 절구 같은 걸로 깨를 찧고 앉아있으면 금방 돈까스가 나옵니다. 찧은 깨에 돈까스 소스를 뿌려 젓가락으로 휙휙 섞어 깨를 떠올리고, 샐러드에 야채소스를 가득 뿌려 먹으면 됩니다. 애들은 아직 채소는 손에도 대기 싫어합니다.
물가가 올랐지만 가격은 그대로입니다. 예전 가격이면 꽤나 다른 돈가스집보다 20~30% 비쌌는데 이제는 평준화된 가격입니다. 프랜차이즈의 힘인가 싶습니다.
다른 물가에 비해 안 오르고 있으니 다행입니다만, 일부 메뉴는 이제 곧 오를 것이라 예상합니다.
여기는 수영구청 공무원이나 근처 어머니들이 많이 찾는 가게인만큼 소량 2피스를 따로 메뉴로 팔고 있습니다. 생선까스 2피스는 정말.... 먹으면 입 안에서 녹아 버리는데 말이죠.
젊은 친구들이나 아이들은 치즈롤을 즐깁니다.
그래서, 단체로 회사원들이 오면 가장 곤혹스러운 장면이 연출되죠. 부장님 과장님들이 안심이나 로스를 시키는데 신입이 '개념' 챙기지 않고 치즈롤을 시키는 순간 분위기는 싸~해 집니다.
'난 짜장면'하는 부장님 과장님들이 문제일까요? 아님 '난 사천짜장'하는 신입이 문제일까요?
제 생각은 둘 다 문제는 없습니다. 그냥 사회적 관습이 바뀌어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할 뿐이죠.
뭐 요즘 MZ시대에선 당연히 자기 먹고 싶은거 바로 말한다죠! 어차피 회사서 밥값도 안 챙기는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로스나 안심보다는 치즈롤 요리과정이 깁니다. 가능한 같이 나오려 하지만 한 3~4분 정도 차이가 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항상 치즈롤을 좋아하는 꼬맹이는 맛있다 하지만, 보는 이는 걱정이 앞섭니다.
'아~ 오늘도 최대 칼로리구나!'
* 돈까스(豚とんカツ)는 일본 요리일까요? 사실 일본풍 서양요리로 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카레라이스, 고로케와 같이 말이죠. 예전일본애들에게 말할 때 돈까스는 잘 못 알아듣고 '까쓰돈'으로 알아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간사이 가이다이 각세이들... 일본어로 카츠는 승리를 의미하는 勝 과 발음이 같기에 시험 전에 먹는 한국의 '엿'이나 '찹쌀떡'처럼 시험이나 면접 전에 먹는 풍습도 있다네요.
* 돈까스 비율은 보통 단백질 45% 지방 30% 탄수화물 25%이며, 작은 1인분 열량이 600Kcal이며 반찬과 밥을 곁들이면 한 끼에 1000~1200은 거뜬히 넘는다고 합니다.
뒤늦은 저녁에 허기가 밀려 옵니다. 원하는 메뉴를 하나씩 고르고는 빨리 요리가 나오길 기다립니다. 벌써 저녁 9시가 가까워지고 있네요.
안심과 로스까스는 하나 그대로의 맛이 있습니다. 숙성된 제주산 생고기를 사용하니 육즙이 가득하고, 기름의 느끼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게 비법입니다.
왕돈까스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두툼한 고기에 바싹한 빵가루 튀김옷이 붙어 있습니다. 여름의 옷이 아니라, 겨울의 두툼한 패딩 같습니다.
빵가루의 풍미와 특유의 바삭거리는 식감이 돈까스 안 고기와 함께 씹히면서 입 주위에선 축제 불꽃이 팡팡~ 터집니다.
여기 말고 부산역 가는 길에 다른 '하나'도 있지만, 맛은 좀 다릅니다. 지점에 따라 기름 맛이 조금 더 텁텁하게 입에 남습니다.
이미 오래된 프랜차이즈 업체라고 해도 똑같지 않은 맛이 아쉽긴 합니다.
소스는 2가지입니다. 예전 한 때 달콤한 복숭아 소스 있어서 참 좋았는데... 이제 나오진 않아서 아쉽습니다.
그리고, 김치와 단무지는 정말 '조금' 밖에 안 줍니다. 김치를 좀 드신다, 3명 이상이라면 아예 주문시에 김치를 따로 담아달라고 하세요.
이상 - 저의 소울푸드 중 하나인 돈까스 전문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애들을 생각하며 - 안 되는데 하면서도... 몇 개월에 한 번씩은 가는 듯하네요.
💫 현지인이 전하는 하나돈까스-광안리 관광 Tip
하나돈까스 '남천점'은 남천동과 광안리 거의 경계에 위치해 있습니다. 도보로 광안리 해수욕장까지 5분도 안 걸리니 관광객들이 많이 갑니다. (본점은 온천점이니 해수욕장 인근이 아니라 내륙이고 이동거리가 멉니다. 서울로 치면 광화문 봐야 하는데 불광이나 응암동 같은 느낌?!!) 하나에서 배를 든든히 채우고 광안리 해수욕장을 거닐면 딱입니다.
* 남천점은 본점이 아닙니다. 온천점 본점 맛이 100% 안 난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전 여기만 주로 다녔으니 오히려 여기 입맛이 맞습니다. 무엇보다, 온천점보다 서비스가 좋습니다. 왜인지 모르지만 지난 몇 년간 여기 매니저 - 들이 만든 체계인 듯합니다.
* 옆에 10여 대 주차가능한 작은 주차장과 상시 발레를 해주는 주차요원이 있습니다. 옆 골목에 차만 대고 모두 내리시면 안내원이 발레주차 대신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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