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조선왕조 500년 소설가 신봉승

P E O P L E

by Tmax 2022. 11. 1. 16:55

본문

본 내용은 지난 2009년 만남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역사를 관장하는 신이 있다고 믿습니다. 역사는 언제나 나의 감시자였고, 나는 그 역사의 섭리 안에서 살아왔지요. 역사와 벗하며 살아온 지난 40년은 나의 존재이유인 사극을 쓰기 위한 지적 몸부림의 세월이었습니다.”

 

1980년대 8년 동안 MBC TV를 통해 방영된 대하사극 ‘조선왕조 500년’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신봉승이란 이름은 결코 낯설지 않다. 1972년 ‘사모곡’을 시작으로 정통 사극에 천착해온 그는 ‘연화’ ‘인목대비’ ‘임금님의 첫사랑’ ‘왕조의 세월’ ‘한명회’ 등 숱한 히트작을 내며 역사드라마의 현장을 지켜온 한국의 대표 극작가.

 

1933년생, 붓을 드는 데 지쳤을 법한 나이지만 1975년에 발표한 ‘임금님의 첫사랑’을 새롭게 고쳐 쓰며 10여년 만에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 주말 서울 인사동 한국역사문학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사극 얘기뿐 아니라 최근 공개된 정조 어찰의 의미, 문단 데뷔시절 일화, 정치권과의 인연 등 다양한 화제를 예의 청산유수 같은 말솜씨로 풀어놨다.


연구소에 들어서니 책꽂이 한 편에 가득 꽂힌 ‘조선왕조실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오늘의 작가 신봉승을 만든 건 8할이 조선왕조실록이다.

 

“조선왕조실록 국역본은 모두 413권입니다. 하루 100페이지씩 읽어도 꼬박 4년이 걸려요. 웬만해선 진력이 나 그거 다 못 읽습니다. 나는 40년 세월을 그걸 붙들고 살았어요. 그러지 않고는 사극을 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죠.”

 

총 48권의 대하소설 ‘조선왕조실록 5백년’도 펴낸 역사마니아인 그는 요즘 사극작가들에게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사극을 잘쓰는 비결은 실록을 통독하는 것입니다. 자기 작품에서 다루는 시대만 골라 읽으면 안 돼요. 적어도 앞뒤 30년의 역사는 드라마와 직접 관련이 없어도 반드시 찾아 읽어야 합니다. 그래야 인물에 대한 온전한 해석이 가능하죠. 예컨대 양반집 첩의 소생으로만 알았던 조선 성종 때 권신 유자광이 경복궁 문지기인 갑사(甲士) 벼슬을 했다는 사실은 그가 죽고 30년 뒤에 나온 얘기입니다.”

 

●역사의식 심어주는 게 사극의 임무

사극이든 역사소설이든 그는 철저한 독서와 고증을 통한 ‘정통’ 역사물을 고집한다. 그러면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임금님의 첫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강화도령 철종의 사랑을 다룬다. 하지만 철종은 더이상 땔나무나 하는 ‘바보’ 도령이 아니라 사뭇 똑똑한, 갈등하는 임금으로 등장한다. 철종 때 좌의정을 지낸 심암(心庵) 조두순이 쓴 철종 행장기에 나오는 ‘성군의 자질이 보였다.’라는 대목을 참고했다.

 

“더벅머리 총각이 14년 동안이나 임금 자리에 있었다는 것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입니다.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까요. 이 작품의 극적 재미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사극이든 역사소설이든 그가 작품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대중에게 역사의식을 불어넣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작가, 특히 역사작가의 몫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런 맥락에서 그가 주목하는 작가가 일본의 시바 료타로다.

 

“일본이 시바 료타로 같은 역사소설가를 갖고 있다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그는 전후 실의에 빠진 일본인들에게 확고한 역사의식과 민족적 긍지를 심어줬어요. ‘료마가 간다’라는 그의 소설 한 권이 오늘의 일본을 만들었다고 하면 과장일까요. 그가 소설을 통해 부각시킨 메이지 유신의 영웅 사카모토 료마는 지금도 일본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뽑히지요. 우리에게도 그런 의식 있는 역사작가가 있어야 합니다.”

 

그는 자신이 한국과 일본에서 종종 ‘한국의 시바 료타로’로 불리는 게 싫지 않은 표정이다.

조선왕조사에 정통한 그에게 정조 어찰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기존의 ‘정조 독살설’은 이제 폐기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정조가 반대세력인 노론 벽파 영수 심환지에게 수백통의 어찰을 내렸다고 해서 둘 사이가 가까웠고, 따라서 정조 독살설의 배후가 심환지일 수 없다는 논리는 지나친 비약”이라며 “임금의 독살 문제는 속성상 언제나 설(說)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정조 어찰을 통해 개혁군주 정조의 인간적 면모를 알고 시대사 자료를 얻게 된 데서 의미를 찾아야지 독살설 논란은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는 얘기다.

작가 신봉승은 스스로 “문자의 장르는 모두 섭렵했다”고 말한다. 시인, 문학평론가, 소설가, 극작가 등 가히 르네상스맨이라 할 만하다. 그는 1957년 청마 유치환의 추천을 받아 ‘현대문학’에 ‘이슬’이란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시로 출발해 역사드라마로 입신하기까지 그의 삶은 곧 우리 문학사의 축도다.

 

“데뷔 당시 우리 문단엔 100명 정도의 문인밖에 없었어요. 청마 선생은 추천이 박하기로 유명했습니다. ‘추천받을 만하지만 당신의 분발을 위해 추천하지 않는다’는 식이었죠. 미당 서정주 선생의 추천을 받은 사람은 100명이 넘었지만 청마의 추천을 받은 이는 10여명에 불과했어요.”

 

그뒤 그가 평생 문학스승으로 삼은 사람은 편운(片雲) 조병화 시인이다. 조 시인이 중앙대에서 경희대 교수로 자리를 옮기자 학생 신봉승 또한 잘 다니던 중앙대를 떠나 경희대 국문과로 편입, 사승(師承)관계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카고’ 영화화되길…

온갖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그이지만 다시 돌이키고 싶지 않은 기억도 있다. 1970년 ‘해변의 정사’라는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던 일이다. “윤정희·남성우 주연의 멜로영화였지요. 시나리오 창작 경험만 믿고 불쑥 남의 세계에 뛰어들었던 것입니다. 참패했지요. 그러곤 미련 없이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꼭 영화로 만들었으면 하는 작품이 있다. 물론 감독이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로서다. “마지막으로 쓴 ‘크리스마스 카고(cargo)’라는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신상옥 감독이 연출을 맡기로 했는데 갑자기 타계하는 바람에 영화가 되지 못했어요. 1·4후퇴가 한창인 크리스마스 전날, 10만명의 민간인을 배에 태우고 흥남 부두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극적인 상황을 다룬 작품입니다.”

재주 많은 사람에게 뛰어난 재주 없다는 서양속담이 있다. 하지만 작가 신봉승에게 그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그는 드라마와 소설, 시나리오에서 남다른 재능을 발휘해 모두 일가를 이뤘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에게 의미있는 것은 역사드라마다. 젊은 시절 연비의식을 치르고 법련거사(法蓮居士)라는 법명까지 받은 불교신자이지만 그는 “나의 종교는 역사다.”라고 강조한다.

●“남의 밭에서 노는 건 위험”

선 굵은 보스 기질과 해박한 역사지식으로 늘 주위를 압도하는 그는 문화계 최고의 마당발이다. 문화 쪽뿐 아니라 정·관계, 재계, 종교계까지 그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나 “역사를 알기에 절대로 발을 담그지 않은” 곳이 있다. 정치판이다.

 

아마 현대그룹 고(故) 정주영 회장의 사업가 아닌 유일한 친구였을 것이라 한다.

정 회장이 국민당 대통령 후보로 나갈 때 선거캠프 대변인을 맡아달라고 그렇게 간청했는데, 출마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다고 한다.

 

그가 추천했던 탤런트 K씨, C씨 등은 나중에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지만 “남의 밭에서 노는 건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소신이다.

●“친구여, 심려치 말게…”

희수(喜壽)의 나이임에도 여전히 몸도 마음도 강건한 노작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그는 지금도 한달에 10여차례 대중강연에 나서고, 추계예술대 영상문예대학원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 나이에 내가 강의하면 나 때문에 강의를 맡지 못하는 젊은이가 하나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전에 대학 강의를 그만두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학교측에서 오히려 ‘석좌’라는 타이틀까지 주며 부탁해 아직 선생 노릇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날로 이악해져 가는 세상이기에 그 따뜻한 배려의 마음씨가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작가는 인터뷰를 마친 기자에게 얼마 전에 쓴 것이라며 ‘요즘 형편’이란 시 한 구절을 들려줬다. “친구여, 심려치 말게/목조이듯 밀려드는/숨가쁜 약속은/미움을 받더라도 거절하기로 했네/설혹, 어쩌다가 가게 된/호화로운 연석이라도/사진 찍히는 헤드 테이블 근처에는/얼씬거리지 않기로 했다네”



● 신봉승 약력

▲1933년 강원도 강릉군 옥계면 출생

~2016년 4월 

▲강릉사범·경희대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회장,대종상심사위원장,공연윤리위원회 부위원장 역임

▲한국방송대상,서울시문화상,대한민국예술원상 등 수상

▲저서:‘조선왕조 5백년’‘한명회’‘왕건’‘이동인의 나라’등 소설과 ‘직언’‘신봉승의 조선사 나들이’‘국보가 된 조선 막사발’‘조선의 마음’등 역사에세이 외 다수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추계예술대 영상문예대학원 석좌교수,한국역사문학연구소장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역사의 대하(大河)에 빠져 지내는 신봉승 씨. 그는 “‘역사를’ 배우기보다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티맥스 블로그 인기글>

 

일본에서도 관심있는 뉴진스의 프로필과 패션

본 내용은 지난 9월 26일 내용을 다시 업데이트한 것입니다. BTS가 속한 하이브(HYBE)의 신라벨 "ADOR"에서 2022년 8월 1일 데뷔한 5인조 걸그룹. ​ 일본 엘르에서 정리한 내용을 알아본다. 새로 산 청

tmaxxx.tistory.com

아이폰 배터리 광탈, 내 폰만 빨리 닳는가?

 

아이폰 배터리 광탈, 내 폰만 빨리 닳는가?

Tmax, 마지막 업데이트 : 2022년 10월 12일 Apple 아이폰은 국내서도 인기 높은 핸드폰 중 하나다. 전화를 걸고 받고, 이메일을 관리하고, 사진을 찍고, 게임을 하고, SNS 기능 모두 iOS 시스템에서 실행

tmaxxx.tistory.com


다음지도가 카카오맵으로 되면서 리뷰신뢰도 하락

 

다음지도가 카카오맵으로 되면서 리뷰신뢰도 하락

자주 외근하는 업무의 특성상 매주 2~3회는 회사와 떨어진 외지에서 음식점을 찾아야 했다. 4~5년 전만 해도 급하게 맛집을 찾을 때는 다음지도로 간단하게 맛집 검색을 하며 찾는 방법이 있었다.

tmaxxx.tistory.com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2, 대량 양산 계획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2, 대량 양산 계획

VR 헤드셋 市場에서 메타가 오랫동안 견인 소니 VR2 내년 1분기까지 200만 대 양산 계획 2022.10. 4 글 정리 내용 소니는 새로운 VR 헤드셋인 일명 『 플레이스테이션 VR2』 가 PS5의 공급 대수 증가와 함

tmaxxx.tistory.com


1분만에 읽는 영국 신문 토픽

 

1분만에 읽는 영국 신문 토픽

10월 13일 목요일 자국내 보수 vs 진보 언론매체들의 싸움 시작 새 총리 트러스(Truss), 적과 아군(언론)으로 나눠 '돼지의 귀'라 칭하며 미래에 대한 의구심 짙게 표현 장관은 의원들에게 Liz Truss를

tmaxxx.tistory.com


고전적 아날로그 파리 필터를 사용해 보자(단점주의)

 

고전적 아날로그 파리 필터를 사용해 보자(단점주의)

2~3년 전만 해도 아이폰 필터 중에 가장 많이 팔렸던 필터 중 하나인 아날로그 파리 필터! 이제 그 단점이 너무 커졌다. 0.99$ 유료 필터임에도... 현재 앱스토어 점수는 2.3 정도로 암울~ 최근 업데

tmaxxx.tistory.com


<그리고, 추천글>

https://tmaxxx.tistory.com/56

 

포토샵 2023, 무엇이 변했나?

어도비는 지난 10월 18~20일 포토샵 2023을 비롯한 여러 제품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최근 오픈한 2023에 대한 새로운 내용에 대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찾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이 어떻게 바뀌

tmaxxx.tistory.com

 

 

외국어 유투브 영상, 한글 자막은 어떻게 보나요?

모든 분들이 많이 사용하는 유투버. 이제는 10년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꽤나 많은 이들이 유투버 생태계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뭐랄까요. 그냥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해야 하나요? 금일 자료를

tmaxxx.tistory.com

 

 

 

심리학 교수가 알려주는 '부정적 감정' 극복법

"지난 30년간 우리는 수용과 거부를 다룬 수십 가지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듀크대의 은퇴 교수인 심리학자 마크 리어리(Mark Leary)가 말했다. ​ "거부당하는 것은 분명히 강한 부정적 감정을 불러

tmaxxx.tistory.com

 

 

아이폰 사진색감 내 맘대로 바꿔 보자

누구나 사진촬영을 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인스타그램이 유행하기 전만 해도 사진은 전문가 영역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아날로그 은염사진을 흑백 프린

tmaxxx.tistory.com


콜록콜록, 감기일까요?

 

콜록콜록, 감기일까요?

본 내용은 2013년 3월 <삼성동 소재의 내과병원장> 인터뷰 내용을 재편집한 것입니다. 또다시 환절기가 찾아왔다. 환절기 때마다 여기저기서 감기에 고생하는 이들을 자주 본다. 사람들은 약이나

tmaxxx.tistory.com


오디오 테크니카 헤드셋 내돈내산 2년 사용기

 

오디오 테크니카 헤드셋 내돈내산 2년 사용기

아재들이 다 그렇듯이, 저도 이베이를 한 번씩 뒤져봅니다. 잘 사면 국내에 6~7만 원 하는 커피 캡슐을 독일에서 직구하면 4만 원 대에 팔기도 합니다. 국내에 잘 없는 80년대 낡은 LP도 한 번씩 사

tmaxxx.tistory.com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