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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 팥죽 잘 챙겨 드셨나요?

일상의여유

by Tmax 2022. 12. 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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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

 

그리고 음기가 가장 강해 귀신이 잘 나올 수 있다는... 그래서 팥의 붉은 기운으로 액운을 약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늘 팥죽은 제가 좋아하는 죽이었습니다. 호박죽, 팥죽, 그리고 (자연)전복죽. 한데 어린 시절에는 단팥죽을 좋아해 집에서는 단팥죽과 일반 팥죽을 따로 끓여야 했습니다.

 

한데 이 팥죽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거나 찰쌀가루로 새알 옹심이 만들기에 동참하는 것도 지금의 추억으로 남았네요.

 

여러분은 어떤 팥죽을 좋아하나요? 새알도 호불호가 갈리고 동지팥죽(冬至─粥)의 옵션 하나인 단팥죽 그대로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연탄'을 사용했던 그 옛날 엄마는 늘 새벽에 일어나 불을 갈곤 했습니다.

그때 기억을 더듬어 보니 형까지 불 가는 것을 도왔으나 - 저는 건드리지 못했네요.

 

하지만 연탄불에 구워 먹던 생선, 오징어나 쥐포의 맛을 잊지 못합니다. 심지어 '가스불'이 생겨서도 몇 년간 연탄불을 그리워했을 정도였으니까요. 학교 앞 문방구에는 연탄불에 귀하게 구운 쥐포를 잘게 잘게 끊어서 10원, 5원짜리 조각까지 팔아 코 묻은 아이들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였죠. 하교 후 조용할 때 문방구 아저씨는 한꺼번에 몇 십 마리의 쥐포를 구웠는데 옆에서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하나씩 건네 주기도 했습니다. 

한데 연탄불에 이 쥐포 굽는 스킬 - 이 필요한거 아시죠? 뽀록뽀록 쥐포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할 즈음 뒤집고 - 타기 바로 전에 또 뒤집고.

옅은 핑크빛 감도는  연탄재가 가득 쌓인 곳은 아이들 구슬치기 하기 좋은 그라운드가 되기도 했죠.

 

아무튼 금일 부산은 동지이면서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첫눈이 내렸거든요. 진눈깨비 수준이지만- 많은 이들이 이런 눈 같잖은 눈 보면서 행복해합니다.

중부 지방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죠? 진눈깨비 내리는데 회사 건물에서 나와서 보는 이들도 적잖이 있었습니다.

한 나라인데 완전히 다른 문화죠?

 

거기에 미친 듯 바람도 붑니다. 이 정도 바람이면 중부에서는 태풍 수준일 겁니다. 제주에서도 바람이 많지만 부산도 사실 '바람' 많은 도시입니다. 내륙과의 온도차이가 클수록 바람이 심하게 붑니다. 이 덕분(?)에 황사나 미세먼지가 도시에 잘 정체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바람 좀 있는 날은 아침에 아무리 잘 차려입고 나와도 길거리에서 5분 만에 거지(?) 비슷무리하게 됩니다. 머리는 산발이고 입 한 번 잘못 벌리면 멋지게 침 자국까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동짓날에 곧 성탄절인지라 - 부산시내는 오후 겨우 2~3시인데도 마치 출퇴근 트래픽 잼처럼 꽉꽉 막히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일이 있어서 아미동 부산대병원에 갔다가 대연동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거의 1시간 걸렸으니까요.

 

팥죽가게가 바쁘다 보니 포장비닐과 팥죽을 따로 쌓아두고 알아서 포장해가게 만들어뒀네요. 원래 저 집은 '단팥죽'하고 '팥빙수'만 합니다만 동지라 팥죽을 따로 만들어 놨네요.

 

마지막은 오늘 사 온 팥죽 샷으로 마칩니다.

 

동짓날 - 모쪼록 좋은 사람과 행복한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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