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당구를 대학교 때 배웠습니다.
다른 대학친구들은 저와 비슷하게 시작했지만 당구 실력은 모두 다르게 늘더군요.
대학교 앞 당구장은 아마 그때 10분당 5~600원 정도 했나 봅니다. 당연히 지는 사람이 겜비(당구비)를 내야 했죠.
소심한 전 내기당구는 한 번도 치지를 못했네요.
사실 저희 동네친구들은 일명 '죽빵'이라는 것을 즐기며 고교시절부터 200~300씩 다마를 늘렸습니다.
거기에 아예 헐값?으로 당구장 알바를 하면서 틈만 나면 큐를 갈았습니다. 그렇게 해야 다마가 는다나요?
당구장의 가장 큰 묘미는 - 팀플레이에 있습니다. 아니면 비슷한 실력의 친구끼리 1:1 경쟁을 하는 것이겠죠.
대학교 시절 저와 비슷한 다마(레벨)의 친구는 저보다 항상 빨리 늘었습니다. 아무래도 당구도 섬세함과 '손재주' 그리고 운동신경 - 이런 것과 관련되어 있다 보니 그랬습니다. 그 친구와 치면 제가 거의 7~8할은 진 거 같네요.
하지만 또 다른 친구는 저보다 200까지 성큼 성장한 뒤에 다마가 안 늘어서 슬럼프에 빠져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 친구가 '도발'을 잘해서 같이 쳤다 하면 상대는 이를 갈고 이기려 했습니다.
200 다마에 한 5~6개면 잘 치는 것인데 - 이를 갈고 열몇 개를 한 번에 쳐서 대역전극의 짜릿함도 느낄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집안에 여유가 있었던 그 녀석이 방심했거나 일부러 겜비를 내주려고 져 준 게 아닐까 하는 착한 생각도 해 봅니다.
친구들은 모두 초교시절 친구입니다. 같이 초, 중, 고를 번갈아가면서 다녔고, 사회생활 이후에도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는 부산에서 모입니다.
밥 한 그릇 같이 하고 술 한 잔 기울일 때는 30~40대였고 이제는 간단히 먹고 마시기를 마치고 당구 한 게임 치고, 각자 집으로 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지난주에도 서울에서 오래간만에 내려온 친구가 있어서 주말에 모였습니다.
오리보약?탕 한 그릇씩 하면서 마실 사람들 반주 좀 하고 다 함께 당구장에 갔습니다.
연간 1~2회 가는 당구장입니다.
최하 다마가 400은 되어야 해서 250까지 올렸다가 낮춘 200인 저는 옆에 스코어 짬짬이 놓고 겜구경만 하며 잡담을 거들었죠.
50대로 훌쩍 넘어간 애들은 더 이상 다마에 욕심이 없었습니다.
여기서만은 백수인 친구 공무원인 친구, 돈 잘 버는 친구, 못 버는 친구들 간에 차이도 못 느낍니다.
그냥 자기 차례가 올 때를 조마조마 기다렸던 20대와는 달랐죠.
느긋하게 기다리고, 자기 순서에 할 수 있는 정도껏 큐를 밀어냅니다.
과하지도 않고 심하게 힘을 줘서 손가락을 당구대에 부딪혀 다치는 일도 없습니다.
마치 인생의 흐름과 같이 친구들도 같이 흘러 가는 느낌입니다.
찰나처럼 지나간 40대를 거쳐 어느 순간 '흰 머리'와 '대머리'가 일반적 현상이 되고....
부산은 요즘 바람이 많습니다. 밤낮 기온차가 많이 날수록 바람은 더 심해지는 거 같네요.
금방 다시 돌아온 주말, 행복한 시간 가족들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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