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너무 멋진 날이었다. 흐린 구름과 마지막 뜨거웠던 열대성 구름이 만나 하나의 그림 같은 모습을 이뤘다.
금일의 일정은 너무 허탈했다. 일한 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았고 대기만 거의 1시간 이상. 배달일에는 콜사라는 것이 있다.
앱을 준비해 켠다고 바로 '콜'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 콜은 배달준비를 해 둔 이들에게 순차적으로 돌아간다. 배달 콜이 10개이고 배달원이 10명이라면 1번씩 콜 돌기가 쉽다.
하지만 같은 환경에 배달원이 100명이라면 10번째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때까지 앱을 끌 수도 없고 준비상태를 해제할 수도 없다.
콜이 뜨고 '수락'하면 바로 이동해야 하는 시간은 5~10분 남짓. 장비라도 착용하지 않고 안일하게 콜을 받다가는 늦기 쉽다.
어쩔 수 없이 모든 장비를 착용하고 오토바이에 앉아서 준비해야 하는 '콜 수락 준비'가 기본이다.
이렇게 한 지역에 콜을 받을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콜대기 시간은 오래 걸린다.
한데? 이상하지 않은가? 사실 모니터링을 플랫폼에서 하고 있다. 콜이 만일 10분에 1개씩 띄엄띄엄 들어오고 배달지원자가 3명 정도만 되면 그만 받아야 한다. 한데 플랫폼은 이것을 강제하지 않는다.
왜? 당연히 1개의 콜이라도 100명의 지원자가 대기하고 있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출근이나 다름없다. 장비 착용하고 콜이 나오는 상권 근처까지 가서 대기하니. 출근했다고 해서 따로 회사에서는 근무자에게 비용을 내지 않는다.
그러니 근무 대기자가 1명이든 100명이든 신경도 쓰지 않는다. 다다익선이니까.
그러나 최저임금 수준도 받지 못하고 대기만 하다가 일 마치고 들어오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악덕기업이 따로 없다.
비가 오든 날이 덥든 춥든.... 나가서 대기하려면 준비하고 또 외부 환경에 맞서야 한다. 플랫폼은 최소한 '출근해서 대기'하는 이들이 필요 없이 대기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자기네 콜이 부족해도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2건에 4400원 배달콜이 당연시 된 현실 - 정부는 방관
2시간 일해서 점심밥값 정도도 들어오지 않는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전국의 수만, 수십 만 명의 배달원들이 비슷한 일을 겪는다는 뜻인데... 정부는 시장경제 운운하면서 간섭할 생각조차 없다.
최근 자영업자의 이야기에 조금 관심을 두는 척 할 뿐.
사실 자영업자가 어려움이 있다면 이미 배달원들의 어려움은 반년, 일 년 전부터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자영업자 밑 경제에서 살고 있는 배달원들이다. 그들이 내는 3500원 배달료를 어떻게든 장난질하고 해서 2400원 2200원에 보내 보려는 것이 현재 배달플랫폼의 수작이다. 모르면 당한다. 나도 초보 시절에 2건에 4400원 배달일을 받아해 본 적이 있다.
모르고 수락한 두 건에 4400원.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 따졌고 에러가 아니냐고 따졌지만 C업체는 나의 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수락 행위가 이미 내로서 일어나갔기 때문에 자기네는 책임이 없다는....
픽업지로 이동해 음식나오길 대기하고, 나오면 싣고 또 다른 픽업지(2층일 수도 있고 3층일 수도 있고 지하철 상권일 수도 있다)로 이동해 또 음식 나오길 기다려 싣는다. 이 두 음식을 똑같은 지역이 아니라 뚝 떨어진(가까워도 5~1km 미터 이상 멀면 2~3km 이상) 두 곳에 옮겨 가져다준다.
금일은 이상하리만큼 4층 5층 도보배달이 많았다. 도보배달...
말 그대로 엘베없는 4층이나 5층에 배달하는 것이다.
아무 일도 아닐 수 있겠지만 일기가 안 좋거나 몸 컨디션이 안 좋으면 한 번 하고 기운이 쭉 빠져 버린다.
이제는 어느정도 익숙해진 상태. 4~5번 정도까지 나와도 그러려니 한다.
한데 심하다.
한데 이 도보배달, 계단이동이 심해진 이유가 있다.
바로 <플러스>라는 배달원의 차등을 두면서부터다.
기업의 입장에서 배달원의 문제는 노조의 문제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거 같다.
자기네들의 입맛대로 이리저리 다루고 그러면서 업무지시가 없는 <노동자성>을 두지 않으려고 하는 이율배반적 문제.
그러니 중간 <관리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플랫폼은 기존의 일반대행(동네에서 배달업을 하는 작은 사무실이나 개인) 업체들과 연계해 전체 수백 개 건수를 계약을 맺고 <관리자>에게만 돈을 다 몰아준다. 관리자는 받은 돈에서 건당 비용을 떼서 배달원을 관리하는 재하청 형태로 배달원을 관리한다.
문제가 생겨도 플러스 사무실 문제이지 플랫폼 문제가 아니니까.
결국 돈은 플랫폼과 플러스 사무실 차린 이 정도가 맛보고 나머지는 소모품이다.
왜냐면 플러스가 되면 <배달거절>이 거의 불가하다. 거의 90% 수락해야 한다.
그러니 10% 정도 거절할 수 있는 것은 <가기 싫은 지역> <열악한 배달지역> <4층 5층 높은 건물> 등이 될 수밖에 없다.
더 웃긴 것은 플러스에서는 <주소>가 보이기 때문에 자기가 판단하고 거절할 수 있으나
일반 배달을 하는 배달원입장에서는 <주소표시>가 수락 전까지는 다 되지 않는다.
지난번부터 전체 주소가 보였던 것을 바꿔 수락하는 이가 눈 감고 잡게 만들었다.
지도상 핀의 위치 대강의 위치는 나오나 자세하게 몇 층인지 안 나오는 것이다.
이처럼 고스란히 플러스에서 남긴 10% 찌끄레기(배달유배지)는 커넥터라는 일반배달원들에게 넘겨진다.
이것이 배달판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슈가 되지 못하고 배달원이 플랫폼보다 지지가 안 되는 까닭은?
아직도 배달판에서는 배달알바와 배달전업의 비율이 반반 정도로 여겨진다.
그만큼 알바로 가볍게 하는 분들이 많다.
최근에 부산의 동향은 도자퀵(도보, 자전거, 퀵보드)가 많이 늘었고, 125cc 미만 브랜드 따지지 않는 오토바이도 많이 늘었다.
음식배달통 하나 준비가 안 되어서 바구니 같은 것을 뒤에 묶고 다니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경기가 어려워지니 형태만 갖추고 음식배달에 마구 밀려드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20대와 6~70대 노인들이 많아졌다.
운전을 보기만 해도 위험한 장면이 연출된다.
작년만 해도 유상보험이 필수였지만 이제 문제는 유상보험 자체를 안 들어도 플랫폼에서 일할 수가 있다.
배달원이 더 필요했던 플랫폼의 꼼수가 시대에 역행해 먹히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불법체류자도 많아졌다. 쉽게 말해 일반 시민이 배달오토바이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당사자나 가족이 인명 사고가 나도 아무런 조치를 못 하게 되는 상황이다.
그냥 안전교육 영상 조금 시청하고 운전면허 등록하는 걸로 배달준비는 끝난다.
하지만 안전 교육이 현실적이지는 않다. 그리고 플랫폼도 안전에 적극적이지도 않다.
부산에는 겨울에 길이 조금 얼기만 해도 올라가지 못하는 <심한 고바우 .. 언덕>이 군데군데 있다.
한데도 배달은 다 받는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멋 모르고 비 오는 날 배달하다가 옆으로 두우번 미끄러져 난장이 되었다. 안 쓰러질 수가 없을 정도로 심한 언덕을 초보자가 가면 ...
U턴 시 무조건 쓰러진다.
이런 현실적 교육은 없다.
그리고 새 아파트의 주차장. 최소한 3~5개월은 배달은 받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그런 것이 없다.
운전을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얼음판 위의 오토바이 운전이다.
오토바이 바퀴가 칼날이거나 체인을 감지 않는 이상 새 아파트 주차장은 미끄러져 넘어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새 아파트가 생기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콜이 들어오면> 무조건 플랫폼에서는 받는다.
그러면서 <안전교육>? 은 현장과 먼 엄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국민 수만 명, 수십 만 명이 이렇게 당하고 있는데도 기업의 입장만 들어주고 <자유경제> 운운하면서 방관하고 있는 기관의 해이이다. 공무원들이 만일 자신의 월급을 반 토막 내서 1년만 받아라~ 하면 가만있을 사람이 있을까?
플랫폼의 배달원에게 2200원 일반적 단가 제시는 그런 어이없는 상황이다. '반만 줄 테니 일 좀 하지 그래?'
'안 그럼 계속 플러스에만 일 몰아줄 거야?'
우울한 상황 속 괜히 하늘빛만 멋지다.
건당 배달원 2200주고 우리 플랫폼이 1300원 남기는 장사야.
하루 배달 백만 건만 이런걸 수락해주면 앉아서 13억 수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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