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본 여행에 '현금을 얼마나 준비해야할까?'
고민이었다. 어떤 이는 1인당 5만 엔 이상을 준비해라고 하고 어떤 이는 1만 엔이라도 충분하다고 했다.
애매해서 그냥 1인당 5만엔을 준비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3박4일의 오사카 여행에는 1인당 1만 2천엔 정도로 충분했다.
관광지에서 먹는 경우 카드가 가능한 경우가 많았고, 카카오페이나 애플페이 등 연동이 잘 되었고 ㄱ무엇보다 크게 쇼핑을 안 했기 때문이다.
보통 아침은 대부분 저녁에 사 둔 편의점 컵라면 정도나 그간 먹어보고 싶었던 과자 정도로 때웠으니 2끼 식사가 전부였다.
특히 콘아이스크림 류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고 훌륭했다.
단지 아쉬웠던 마지막 날에는 온천에 있는 일본식 뷔페를 찾았으나 이미 오전 9시 20분 정도인데도 불구하고 주문마감이었다.(인터넷 정보에는 10시까지라 되어 있었으나 시즌에 따라 달랐다)
대신 옆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생선구이 가게를 찾아갔고,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 '반그릇' 메뉴로 시켰다.
작은 생선 한 점씩 나왔으나 1인당 약 4~5천원 정도의 훌륭한 한 끼였다.
그렇게 지난주 멋진 일본일정을 뒤로하고 도로로 나왔다.
가을 하늘은 맑았고 날씨는 화창. 완전 가을의 기운이 가득했다.
배달오토바이를 매일 다루다 보니 이제는 익숙하게 세우는 장소가 가게마다 다르다.
그리고 주문이 없어 쉴 때의 장소도 따로 있다. 대학가 인근에는 많은 유동인구가 항상 다녀서 조용한 곳을 찾아 쉬어야 한다.
특히 가족 나들이가 많은 주말에는 초딩들이 많아지기에 운전도 조심해야 한다.
어디서 어떻게 애들이 길로 뛰어나올지를 알 수가 없다.
금일은 음료 메뉴에 대해 말을 좀 할까 한다.
개인적으로 다량의 음료메뉴는 기피하는 편이다.
평소 음식고정을 자석으로 하고 조심스럽게 다닌다.
하지만 1년 6개월 사이 음식을 옮기다 훼손된 경우가 딱 2번이었는데 그중 한 번이 다량의 음료였다.
제대로 음료 뚜껑만 하고 비닐씰 마개를 않고 종이가방에 넣어 그냥 음료를 주었던 카페에도 책임이 있었으나
옆 음식 무게에 압박되어 뚜껑이 열려 버린 내 책임도 일부 존재했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주문에 따라 얼음이 있는 찬음료에 따뜻한 커피까지 섞인다.
대부분 배달원은 이런 음료배달 원칙을 앞고리(핸들에 부착된 보조 걸이장치)에 비닐 손잡이를 걸고 이동해라 한다.
조금 욕심내어서 찬 음료를 보냉팩에 넣어 조심스럽게 이동한다면 딱 맞게 보냉팩 남은 공간을 다른 스펀지 같은 걸로 채워야 한다.
쉽게 말해 손이 많이 가는 픽업, 전달이 되는 것이고 시간으로 먹고 사는 배달원은 이렇게 보통 하나하나 따로 보관하지 않는다.
한데 주문하는 고객은 이런 세세한 사실을 알리 없고, 거리 상관없이 음료를 시킨다.
한 번은 외곽에 떨어진(유배지라 한다) 언덕 위에 위치한 대학 캠퍼스에서 음료 16개 가량을 시킨 것을 주문받았던 적이 있다.
6천 원 가까운 금액에 15분 내에 달려가 전달하고 오면 무조건 이득이라 생각했다.(시급 2.5만이니)
하지만 늘 과욕이 문제였다. 16개 음료를 고르지 못한 길을 싣고 달려가자니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30km도 내기 힘들었다.
진땀 ... 40분 만에 전달하고 도착해서 돌아오는데 마음이 묵직했다. 갱상도 사투리로 '식겁'한 일이다.
경험은 또 다른 방법을 만들었다.
이제는 정말 바쁘지 않을 때만 카페배달을 받는다.
그리고, 만일 유배지나 쉬운 길이 아니라면 메뉴까지 확인한다.
난이도 높은 유배지에 음료 6개 이상은 조용하게 '거절'이다.
(결국 또 멋모르는 뉴비라이더 누군가 잡아 고생하겠지만)
배달원은 그렇게 경험치 +1을 만들고 자신만의 레벨을 올려 간다.
경험치가 쌓이고 빨라져봤자, 플랫폼에서 '어? 점점 잘하네?' 하면서 보너스를 쳐 주는 게 아니라
'어 ? 오늘은 왜 이리 건수를 많이 빼먹지?'라고 생각하면서 평균수익을 낮추려 장난질하지만.. (일 하다 보면 기업이 배달원에게 주는 돈을 최대한 아낀다는 사실을 느낀다)
하지만 반 프리랜서 배달원, 을의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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